← 후원 없인 못 이겨요거미의 독액이 화면을 적신다.
준호의 화면이 끊어지고 복구되고, 끊어지고 복구된다. 마치 신호가 간섭받는 것처럼. 루나의 맵이 점점 왜곡되기 시작했다. 격자가 흔들린다. 빨간 점들이 화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위치가 계속 바뀐다.
**[우주먼지]**: "아니 뭐야? 맵이 이상한데?"
**[라면왕]**: "준호 화면 봤어? 거미 눈이 몇 개야?"
**[늦은밤곰]**: "뭔가... 이상한데요. 준호님이 위험해 보여요."
준호는 감각만으로 움직였다. 뇌파 신호는 혼란스러웠다. 거미의 다음 움직임이 언제 올지 몰랐다. 그것의 몸이 천천히 회전했다. 8개의 다리가 모두 준호를 향했다.
그것이 도약했다.
아니, 돌진했다.
벽을 갈아버리며 거미가 직선으로 날아왔다. 거미줄 코드들이 뒤에서 흔들린다. 마치 그것의 신경계인 것처럼.
준호는 왼쪽으로 구르려 했다.
그 순간, 거미의 앞다리가 그의 팔을 스쳤다.
**-14 HP**
**[우주먼지]**: "왼쪽! 왼쪽으로 더!"
**[라면왕]**: "아니지 오른쪽이지! 오른쪽! 오른쪽!!!"
**[늦은밤곰]**: "오른쪽은 위험해요! 왼쪽! 더 빨리!!!"
화면이 다시 왜곡된다. 준호의 체감 방향이 흔들린다.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뀐 것 같다. 아니, 거미의 위치가 계속 변한다. 뇌파 인터페이스가 받는 신호가 모순적이다.
거미가 다시 점프했다. 이번엔 천장에서 준호를 내려찍으려 했다.
**[우주먼지]**: "점프! 앞으로 점프!!!"
**[라면왕]**: "뒤로! 뒤로 굴러!!!"
**[늦은밤곰]**: "아... 뭔가... 안 맞아요..."
준호는 직관적으로 움직였다. 채팅의 모순된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의 감각만 믿었다. 몸이 오른쪽으로 굴러갔다.
거미의 앞다리가 그가 있던 자리를 관통했다.
바닥이 크랙이 생겼다. 깊은 크랙.
**-8 HP**
준호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루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변조되어 있었다.
**[루나]**: "준호님... 제 감지 범위가 초과되고 있습니다. 거미의 위치 데이터가 확률적입니다."
**[우주먼지]**: "확률적이라고? 뭔 소리야?"
**[라면왕]**: "아 개같은데 이게 뭐야? 게임이 아니네?"
**[늦은밤곰]**: "준호님, 저희 말을 들으세요. 뭔가 우리 지시도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채팅창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일부는 계속 지시를 외쳤고, 일부는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새로운 이름이 떠올랐다.
**[????]**: "흥미롭네. 인간 집단의 반응은 예측 가능한데, 그들의 '직관'은 그렇지 않군."
준호는 그 메시지를 읽고 한 번 더 몸을 날렸다. 이번엔 자신의 감각을 믿고.
거미가 다시 돌진했다.
준호의 팔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검을 들었다. 아니, 검이 들렸다.
**-11 HP**
**-9 HP**
**-7 HP**
거미와 검이 계속 부딪혔다. 마치 누군가 준호의 팔을 조종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조종이 아니었다. 그것은 준호의 본능이었다.
**[익명_1]**: "오른쪽! 아니 왼쪽! 아니... 그냥 움직여!"
**[익명_2]**: "뭐 이렇게 복잡해? 그냥 회피하지 말고 맞서!"
**[익명_3]**: "맞서? 미쳤나? 이건 정면 전투가 아니야!"
**[라면왕]**: "정면이든 옆면이든 뭐든 간에... 빨리 빠져나가!!!"
준호는 움직였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위로, 아래로. 모든 방향으로.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그리고 거미도 춤을 춘다. 그것의 다리들이 모두 움직인다. 8개의 다리가 8개의 궤적을 그린다.
그 순간, 거미의 입에서 또 다른 독액이 분사되려 했다.
**[익명_1]**: "위! 위로 점프!!!"
준호는 점프했다.
거미도 점프했다.
둘이 공중에서 만났다.
준호의 검과 거미의 다리가 교차했다.
**-6 HP**
**-5 HP**
**-3 HP**
준호의 체력이 15% 아래로 떨어졌다.
**[늦은밤곰]**: "준호님... 이건 안 돼요. 빠져나가세요. 제발..."
**[라면왕]**: "그래! 이 거미한테 정면은 못 이긴다! 옆으로, 뭔가 다른 방법!"
**[우주먼지]**: "잠깐, 거미의 다리 배치를 봐. 정면에 4개, 옆에 4개... 그럼 뒤는?"
채팅이 갑자기 가시화되었다.
준호는 거미와의 공중 싸움에서 몸을 비틀었다. 거미의 다리를 피하면서, 동시에 뒤로 회전했다.
거미도 뒤를 향해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준호는 이미 뒤로 추락하고 있었다.
바닥에 착지했다.
**-4 HP**
거미가 착지했다.
그것의 8개 눈이 모두 준호를 노려봤다.
**[????]**: "흥미로운 적응이다. 인간의 집단 지능이 개별 뇌파 신호를 초월했다."
**[루나]**: "준호님, 제 신호가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나]**: "거미의 위치 데이터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누군가... 거미의 신호를 간섭하고 있습니다."
준호는 숨을 고르며 채팅창을 봤다.
**[라면왕]**: "간섭? 뭐야 이게? 게임이 맞아?"
**[우주먼지]**: "아니야. 이건 게임이 아니다. 이미 그걸 우리가 느낀 거야."
**[늦은밤곰]**: "그럼... 준호님은?"
준호의 손가락이 채팅창으로 향했다. 그는 타이핑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채팅이 폭발했다.
**[라면왕]**: "뭐? 너한테 물어보냐고? 우린 지금 방송 보는 건데?"
**[우주먼지]**: "하지만... 우리가 뭔가 영향을 주고 있잖아. 지금까지 우리의 말이 맞았어."
**[익명_1]**: "그렇다. 너희의 직관이 이 공간을 관통한다."
**[????]**: "더욱 흥미롭다. 인간 집단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려 한다."
거미가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천천히.
마치 준호를 관찰하는 것처럼.
**[라면왕]**: "야, 이번엔 정면 피해야 한다!"
**[우주먼지]**: "아니다. 정면으로 막아. 거미는 측면 공격을 좋아해."
**[늦은밤곰]**: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익명_1]**: "너희의 불확실성이 그의 힘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너희의 약점이다."
준호는 채팅을 읽으면서, 동시에 거미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의 손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검을 들었다.
정면으로.
거미가 돌진했다.
**-12 HP**
준호의 체력이 3% 아래로 떨어졌다.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준호는 그 목소리 앞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잠깐, 뭐라고...?"
채팅창이 폭발했다.
**[우주먼지]**: 어? 뭐 지금 뭐하는 거야???
**[라면왕]**: ㅋㅋㅋㅋㅋ 이게 뭔 공포 게임이야 ㅋㅋㅋ 준호 목소리 2개네
**[늦은밤곰]**: 준호님 진심 괜찮으신가요?? 지금 상황이...
나선형 탑의 최상층에서 내려오는 검은 연기의 인형이 한 발짝 다가왔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우리가 너를 만들고 있다고? 뭔 소리야, 진짜..."
준호의 손이 떨렸다. 뇌파 헤드셋이 그 떨림을 감지했다. 루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준호, 뇌파 신호가 불규칙합니다. 진정—"
"루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뭔 시스템이야?"
**[익명_1]**: 준호, 지금 말하는 게 넌데, 넌 몰라.
채팅이 다시 떠올랐다. 준호는 그 댓글을 봤다.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우주먼지]**: 익명_1이 뭔데 계속 나타나??
**[라면왕]**: 어 근데 진짜 흥미로운데 ㅋㅋ 뭔가 이상한 AI가 있는 건가??
**[늦은밤곰]**: 준호님! 제 말 들리시나요? 이 게임 진짜 이상합니다!!
검은 연기의 인형이 다시 가까워졌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달렸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게임일 뿐이야."
달아나는 길에 갈림길이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 준호는 순간 멈췄다.
"어디로 가야 하지?"
**[라면왕]**: 좌회전!! 좌회전 해!!
**[우주먼지]**: 아 잠깐, 오른쪽 가봐. 왼쪽은 위험해 보이는데.
**[늦은밤곰]**: 둘 다 위험해 보이는데... 준호님 선택은 어디?
준호는 채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게임 화면이 깜빡였다.
왼쪽 길의 몬스터가 갑자기 움직였다. 아까 전투에서 본 그 거대한 회색 몬스터. 그것이 왼쪽 길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어? 뭐하는 거야?"
**[라면왕]**: 어?? 몬스터가 왼쪽으로 간다고?
**[우주먼지]**: 대기... 이게 우리 채팅 때문에?
준호는 본능적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뒤에서 검은 연기의 인형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왜 오른쪽이야?"
**[라면왕]**: 우회전!! 우회전 해!!
오른쪽 길을 향해 달리던 준호는 갑자기 멈췄다.
오른쪽 길에도 몬스터가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른 몬스터였다. 작은 크기, 빠른 움직임. 준호가 전에 본 적 있는 타입이다. 그것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준호를 향해 길을 열어주려고 하는 것처럼.
"이게 뭐야? 몬스터가 길을 만들어주고 있어?"
**[우주먼지]**: 어... 잠깐. 우리 채팅이 게임을 조종하는 건가?
**[라면왕]**: ㅋㅋㅋㅋ진짜?? 그럼 계속 오른쪽!! 계속 오른쪽!!
채팅의 댓글이 쏟아졌다. 오른쪽으로 가라는 메시지들.
그리고 준호가 본 것:
오른쪽 길의 몬스터가 더 명확히 움직였다. 그것이 완전히 옆으로 비켜섰다. 마치 준호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이건... 이건 진짜 아니야."
준호는 달렸다. 오른쪽 길로. 뒤에서 검은 연기의 인형이 따라왔다.
**[늦은밤곰]**: 준호님!! 계속 달리세요!!
**[우주먼지]**: 이거 뭔가 이상한데... 우리가 진짜 게임을 조종하는 건가?
**[라면왕]**: 좌회전!! 아니 잠깐, 우회전!! 다시 좌회전!!!
채팅이 들뜬 목소리로 섞여 있었다. 공포와 흥분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준호는 그것을 깨달았다.
채팅의 말이 실제로 게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좌회전'과 '우회전'이라는 드립이 게임의 몬스터 경로를 바꾸고 있다는 것.
다음 모퉁이에서 준호는 다시 갈림길을 만났다. 이번에는 세 개의 길이 있었다.
**[라면왕]**: 중간!! 중간으로 가!!
**[우주먼지]**: 아니야 왼쪽이야!!
**[늦은밤곰]**: 준호님!! 어느 길이 맞는 것 같으신가요??
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채팅을 봤다.
채팅 메시지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지시하고 있었고, 그 순간마다 게임의 몬스터들이 그에 맞춰 이동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 우리 말을 듣고 있는 건가?"
**[익명_1]**: 맞아. 우리가 너를 만들고 있어.
그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 준호의 뒤에서 검은 연기의 인형이 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준호의 등을 스쳤다.
그 순간, 화면이 깨졌다.
**[라면왕]**: 어??? 뭐야 지금 뭐야??
**[우주먼지]**: 화면이 깨졌다??
**[늦은밤곰]**: 준호님!!!
준호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세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목소리가 겹쳐서:
"우리가... 너를... 만들고... 있어..."
화면은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채팅창 한 곳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게임 오버.
그 다음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다음은 침묵이었다.
하지만 채팅에서 한 명의 사용자가 새로운 메시지를 보냈다.
**[익명_2]**: 아직 끝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