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번째 삶, 이번엔 배신자를 먼저 벤다기숙사 건물은 거대했다. 중세 성채를 본뜬 아치형 복도, 석조 벽면, 그리고 창문마다 떨어지는 오후 햇빛. 카인은 배정표를 들었다.
**201호실. 루시안 하르트.**
손가락이 종이를 구겨버릴 뻔했다.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쉬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카인은 주변을 훑었다. 복도 양쪽에 배치된 현판들, 창문의 위치, 비상 계단의 거리.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세 번째 삶이 되자 그 습관은 더 정교해졌다. 죽음이 두 번이나 찾아올 때마다 뭔가 빠뜨린 게 있었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201호실 앞에 섰다.
문을 열기 전에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나는 소리—움직임의 리듬. 루시안이 뭔가를 정렬 중이었다. 물건을 옮기는 소리, 가볍고 자신감 있는 움직임.
카인은 손잡이를 돌렸다.
"오, 카인!"
루시안이 뒤돌아봤다. 침대 위에 짐을 펼쳐놓던 중이었다. 밝은 표정. 진심 어린 미소. 그의 목소리엔 따뜻함이 묻어났다.
"같은 방이 되었네. 좋은 우연이야."
우연. 그 단어가 카인의 입안에서 쓸었다.
"그렇네."
카인은 짐을 내려놨다. 큰 가방 하나. 옷, 노트, 필기구. 모두 최소한으로. 한 번의 삶에서 배운 습관이었다. 빨리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루시안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걸음은 경계가 없었다. 마치 이미 카인을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처럼.
"짐이 많지 않네. 간단한 사람이군."
"필요한 것만."
카인은 침대를 살폈다. 방 배치는 전형적이었다. 창문 양쪽에 침대 하나씩. 책상은 창문 아래. 옷장은 벽 모서리. 루시안은 창가 침대를 차지했다. 채광이 좋은 쪽.
'주인의식.'
카인은 반대쪽 침대에 가방을 올렸다.
"나는 좀 많은 편이야." 루시안이 웃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짐들을 가리켰다. 책, 악기 케이스, 의류. 모두 신경 써서 정렬되어 있었다. "취미가 많거든. 음악도 하고, 책도 좋아하고."
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옷을 정렬하기 시작했다.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루시안이 침대에 앉았다. 카인과 같은 높이에서.
"강당에서 너 봤어. 적성이 기록자라더니."
그 문장은 마치 던져진 돌이었다. 관찰하는 것. 반응을 보는 것.
카인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
"재미있네. 나는 처음부터 전투 직업 나올 줄 알았는데." 루시안이 옷장 쪽을 봤다. "기록자... 학교 기록을 남기는 거? 뭐 그런 거겠지."
카인은 침묵했다. 루시안의 말 속에 있는 것을 들었다. 표면 아래.
*'기록자는 약한 직업이지.'*
*'그래서 너는 쓸모없어.'*
*'그런데 나와 같은 방에 왔어.'*
루시안이 몸을 뉘었다. 천장을 보며 두 손을 머리 뒤에 모았다.
"근데 이상하지 않아? 강당에서 전투 직업들이 많이 나왔어. 이례적으로. 넌 뭐라고 생각해?"
카인이 뒤돌아봤다. 루시안을 바라봤다.
첫 번째 삶에서 루시안은 정확히 이렇게 했었다. 처음엔 친절했다.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신뢰를 쌓았다.
"모른다."
"그럼 알아보자고. 우리 둘이."
루시안이 고개를 돌려 카인을 봤다. 눈동자가 카인의 눈동자와 만났다. 파란색. 맑고 밝은 파란색.
카인의 검은 눈은 반사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건지?"
루시안이 웃음을 흘렸다.
"뭐긴. 친구가 되자는 거지. 같은 방 쓰는 친구."
그 단어—친구.
카인은 다시 돌아섰다. 옷을 계속 정렬했다. 손가락이 천을 접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다른 것을 계산했다.
루시안이 이 자리에 온 이유. 배치가 우연이 아닐 확률. 루시안이 첫 번째 삶에서 했던 말들, 했던 행동들. 그리고 카인의 첫 번째 죽음.
'거리를 유지하자.'
그 다짐이 다시 떠올랐다.
"친구가 되려면 신뢰가 필요해."
카인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탄했다.
"당연하지."
루시안이 대답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짐을 정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마치 카인의 거절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것이 더 위험했다.
저녁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골든아워. 아름다운 시간. 그 빛 속에서 루시안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났다.
카인은 계속 옷을 정렬했다. 한 장, 한 장.
'첫 번째 삶에서 넌 무엇을 놓쳤나?'
그 질문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카인은 알고 있었다.
답은 이 방 안에 있다. 이 사람의 표정 속에. 이 미소 뒤에.
"넌 왜 기숙사에 왔어?" 루시안이 물었다.
"집이 없다."
그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럼 여기가 집이 되겠네."
루시안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정말로, 진심으로 보였다.
카인은 마지막 옷을 정렬했다. 침대를 봤다. 자신의 영역. 그리고 루시안의 침대. 그들 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2미터.
밤이 내렸다.
기숙사의 불이 켜졌다. 형광등 아래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겹쳤다 흩어졌다 다시 겹쳤다.
루시안이 침대에 누웠다.
"잘 자, 카인."
"그래."
카인도 누웠다. 천장을 봤다.
'두 번째 삶에서 루시안은 없었다.'
그것이 중요했다. 첫 번째 삶에선 루시안이 있었고, 배신이 있었다.
두 번째 삶에선 그가 없었고, 다른 형태의 죽음이 있었다.
이제 세 번째 삶에서 루시안이 돌아왔다.
창밖의 달빛이 천장에 흔들렸다.
카인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검은 동공이 천장의 어둠을 뚫고 들었다.
'거리를 유지하자.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옆 침대에서 루시안의 숨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수면으로의 진입.
카인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밤은 길었다.
# 첫 번째 훈련
아침 종이 울렸을 때 카인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루시안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고르게 떨어지는 숨소리, 펴진 손가락, 얼굴의 완화된 근육. 위협이 없는 상태. 카인은 그것을 확인하고 나갔다.
훈련장은 학원의 동쪽 끝에 있었다. 회색 콘크리트 벽, 높은 천장, 무언가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바닥. 카인은 입구에서 멈췄다.
도미닉 크로우가 있었다.
"녀석들, 열 명씩 나뉜다."
크로우의 목소리는 쇳소리였다.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정확한 톤. 그의 눈은 한 명 한 명을 훑고 지나갔다. 카인에게 닿았을 때 잠시 멈췄다.
"기록자는 제외. 카인 레드, 넌 저쪽."
크로우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훈련장 옆의 높은 관찰대.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적성 판정 결과 기록자들. 카인은 느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다.'
카인은 관찰대로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며 훈련장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다. 맞은편의 열 명, 이쪽의 열 명. 루시안은 반대편에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없었다. 오히려 기대감 같은 것이 떠 있었다.
'첫 번째 삶에서도 그런 표정이었나?'
카인은 관찰대에 앉았다. 노트북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기록 형식은 표준화되어 있었다. 이름, 번호, 전투 기술 점수, 신체 능력 점수, 협력도, 판단 능력.
그리고 '특이사항' 칸.
크로우가 손을 들었다.
"시작."
열 명이 열 명을 향해 달렸다.
소음이 터졌다. 발이 바닥을 치는 소리, 숨, 충돌음. 카인은 기록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췄다. 자동으로. 몸이 기억하는 방식.
루시안은 어떻게 싸웠나?
카인의 시선이 루시안에게 멈췄다.
빠르지 않았다. 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확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한 발 앞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상대는 이미 넘어져 있었다.
'기술 점수: 8.5.'
카인이 입력했다.
다른 학생들은 어땠나?
'7, 6, 8, 7.5...'
시간이 흘렀다. 경기는 끝났다. 카인은 표를 채웠다. 모든 학생의 정보가 그의 손가락 끝에 기록되었다.
크로우가 다시 손을 들었다.
"기록자들, 정보를 정리해서 나한테 제출해라. 한 시간 안에."
관찰대에서 움직임이 생겼다. 기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인도 일어났다. 노트북을 들었다.
"잠깐."
크로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카인이 멈췄다.
"너 기록 깔끔하네."
그게 다였다. 칭찬인지 관찰인지 불명확한 말. 크로우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카인이 대답했다.
크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도서관은 학원의 중심에 있었다.
3층 높이, 천장에 닿을 듯한 책장들, 그리고 낮은 조명. 카인은 입구에 서서 배치도를 읽었다. 1층은 일반 서적, 2층은 학원 자료실, 3층은 열람실.
그는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나무 냄새가 짙어졌다. 먼지와 종이의 냄새. 카인은 호흡했다. 감각을 열었다.
2층은 조용했다. 오후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훈련 중이거나 숙제를 하고 있을 시간.
카인은 책장 사이를 걸었다.
'학원 역사'
'적성 판정 기준'
'전투 기술 이론'
'성좌 계열별 특성'
'초대 학원장의 일지'
그의 손가락이 책등을 훑고 지나갔다. 모두 필요한 정보였다. 카인은 세 권을 골랐다. 무게를 느꼈다. 책의 무게는 현실이었다. 무언가 구체적인 것.
책상에 앉았다.
페이지를 넘겼다.
'적성 판정 시스템은 50년 전 도입되었다. 목적은 학생들의 성좌 친화도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카인의 눈이 움직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 판정 결과에 편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기록자 판정에서. 이전에는 기록자로 판정된 학생이 한 해에 1~2명이었으나, 최근에는 5~10명에 이른다.'
카인이 손을 멈췄다.
'편차'
그것이 의도적인 조종인지, 아니면 시스템 자체의 오류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자로 판정된 학생들이 훈련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명확했다.
왜?
카인은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기록자는 성좌와의 직접적인 계약이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신 관찰과 기록을 통해 다른 학생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카인의 손이 멈췄다.
'다른 학생들의 성장을 촉진한다.'
그것이 정말 이유일까?
아니면 더 깊은 이유가 있을까?
카인은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었다. 조용히. 손목의 작은 카메라로. 첫 번째 삶에서 배운 기술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카인은 책을 덮었다. 정보는 충분했다. 아직은.
나가려고 할 때, 사람과 부딪혔다.
"어, 미안해."
여자 목소리였다. 카인이 몸을 돌렸다.
검은 머리, 밝은 눈, 가는 안경. 카인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리스 페이.'
첫 번째 훈련장에서 본 여자 중 하나. 기록자.
"괜찮아."
카인이 말했다.
"혹시 적성 판정 자료 찾고 있었어?"
이리스의 눈이 깜짝였다.
"네, 어떻게 알았어요?"
"직감."
거짓이었다. 카인은 그녀의 손에 든 책의 제목을 읽었을 뿐이다.
'성좌 친화도 측정의 한계와 보완 방안'
"나도 같은 책 찾고 있었어."
이리스가 웃음을 흘렸다.
"혹시 우리 같은 기록자들에 대해 궁금해?"
카인이 조용히 그 질문을 받았다.
'우리 같은 기록자들'
그 표현이 이상했다. 마치 이미 그룹을 이루고 있다는 듯이.
"그럴 수도 있어."
카인이 답했다.
"좋아. 그럼 나중에 얘기해. 아, 맞다. 이름은 이리스 페이야."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카인은 그 손을 잠시 봤다. 따뜻할까? 차가울까? 첫 번째 삶에서 루시안의 손은 따뜻했다. 배신하기 직전까지.
카인이 손을 잡았다.
"카인 레드."
"알아, 기록이 좋던데."
이리스가 웃으며 손을 놨다.
"봐봐, 우리 같은 사람들은 훈련장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도서관에 와. 그리고 넌 이미 여기 있고."
"운이 좋네."
"그래. 운 좋은 사람들끼리 뭘 해야 할까?"
이리스의 눈이 반짝였다.
카인은 그것을 보고, 계산했다.
'함정인가? 정보인가?'
둘 다일 수 있었다.
"나중에 알려줄게."
카인이 말했다.
"약속."
이리스가 손가락으로 작은 X를 그었다. 어린아이 같은 제스처. 하지만 그녀의 눈은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도서관을 나갔을 때, 카인의 머리는 이미 다음을 계산하고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저녁 햇빛이 붉었다.
루시안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다. 아마 피곤할 것이다. 기술은 좋았지만, 신체 능력은 평균 수준이었다.
8.5와 6.5.
카인은 그 수치를 기억했다.
기숙사 문을 열었을 때, 루시안이 정확히 샤워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젖은 머리, 수건, 흘러내린 물방울.
"어, 카인! 훈련 어땠어?"
루시안의 얼굴에는 피로가 없었다. 오직 호기심만.
"기대했던 대로."
카인이 대답했다.
"나도. 근데 신기한 게, 기록자는 훈련 안 했더라고? 왜 그럴까?"
루시안이 머리를 닦으며 물었다.
카인은 루시안을 봤다.
'너는 왜 묻는가?'
"모르지."
카인이 침대에 누웠다.
천장의 그림자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