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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생, 마법학교 수석을 노리다

3

# 첫 수업 강의실의 창은 동쪽을 향해 있었다. 아침해가 황금빛으로 책상들을 적셨다. 린은 맨 뒷줄에 앉았다. 관찰하기 좋은 자리였다. 세라는 맨 앞줄, 당연한 위치였다. 카일은 린 옆에 앉아 자신의 배지를 계속 들었다 놨다 했다. 푸른색 배지 위의 검 모양이 햇빛을 받으면 섬광을 냈다. "신경 쓰지 마." 카일이 속삭였다. "뭘?" "어제. 직업배정실에서." 카일의 목소리가 떨렸다. 린은 카일을 봤다. 친구의 턱이 조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배지를 집어쥐고 있었다. "넌 뭘 봤어?" "모르겠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린이 말했다. 카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봤다. 하늘이 맑았다.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불길했다. 나이아 펜 교수가 들어왔다. 여느 교수들과는 달랐다. 나이는 서른 중반쯤이었고, 검은 머리에 서리가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깊었다. 마치 어떤 신비한 물을 담고 있는 우물처럼. 그가 강단에 설 때마다 공기가 다른 온도를 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법이란 무엇인가?" 그의 첫 말이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손을 드는 학생도 없었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이아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교실을 훑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린에게 닿았다. 잠깐이었다. 일 초도 채 안 되는 시간. 하지만 린은 느꼈다. 그 눈빛이 자신을 특별히 관통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마법은 현실에 손가락을 꽂는 행위다." 나이아가 말을 이었다. "현실이라는 막에 구멍을 내는 것. 그 구멍의 크기, 모양, 깊이를 조절하는 것이 마법의 진정한 정의다." 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교과서와 다른 정의였다. 나이아는 세라의 표정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교탁 위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에서 불이 일었다. 보통의 불이 아니었다. 그것은 공기를 구부렸다. 빛이 굴절되었다. 공간 자체가 흐릿해졌다. 그리고 불이 사라지고 나면 그곳에는 작은 구멍이 남아있었다. 현실에 뚫린 구멍. "이것이 마법이다. 아주 초급의, 하지만 본질을 담은 마법." 나이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법은 대가를 요구한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가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미세한 진전. 하지만 명백했다. "마력을 사용하면 당신의 몸은 조금씩 닳아간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력을 아껴 써야 한다. 아니, 아껴 쓸 줄 알아야 한다." 그의 눈이 다시 린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더 길었다. 삼 초쯤. 린은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도 나이아를 봤다. 깊은 우물 같은 그 눈을 정면으로. 무언가가 교환되었다. 말이 아닌 것. 공기 너머의 이해. "세라 발렌." 나이아가 불렀다. "네?" 세라가 일어났다. "당신의 마력은 99.8%다. 감정적으로 당신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렇지?" "네." "그렇다면 당신은 절대 최강의 마법사가 될 수 없다." 강의실이 고요해졌다. 세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등을 펴고 나이아를 봤다. "왜죠?" "왜냐하면 마법은 완벽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마법은 현실을 지배하려는 시도다. 그리고 현실은 절대 지배되지 않는다. 오직 타협할 뿐이다." 나이아가 강단을 내려왔다. 세라 쪽으로 걸어갔다. 학생들의 몸이 경직됐다. 이것은 일반적인 강의 방식이 아니었다. "당신이 99.8%를 가진 이유는 당신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당신의 태생 때문이다. 그것을 이해할 때, 당신은 비로소 진정한 마법사가 될 수 있다." 나이아가 세라의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맨 뒷줄로. 린의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당신." 나이아가 말했다. "당신의 마력은 0.3%다." 침묵. "하지만 당신의 눈은 다르다. 뭔가를 보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린의 심장이 울컥했다. "그 눈을 잃지 마라. 그것이 당신의 모든 것이다." 나이아가 강단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숙제는 간단하다. 마력을 1%만 사용해서 당신의 배지에 변화를 줘라. 배지는 당신의 본질을 담고 있다. 배지를 이해하면 당신의 마력을 이해할 수 있다." 교실이 술렁였다. 배지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은 고급 기술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들은 이미 배지를 착용했다. 그것은 당신들이 이미 마력을 주입했다는 뜻이다. 당신들은 그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이아가 창밖을 봤다. "의식하는 것. 그것이 마법이다. 의식하는 순간, 세계가 당신의 손에 들어온다." 수업이 끝난 후, 린은 강의실에 남았다. 카일은 먼저 나갔다. 무언가 떨려 보였다. 세라도 나갔다. 그녀의 등은 굳어있었다. 린은 교탁 앞에 섰다. 나이아는 아직 거기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교수님." 린이 말했다. 나이아가 돌아섰다. "당신은 뭘 보는가?" "뭘 말이에요?" "배지. 그리고 마력. 그리고 우리 모두. 당신은 뭘 보고 있는가?" 나이아의 표정이 변했다. 무언가 오래된 슬픔이 그의 눈가에 피었다. "옳은 질문이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그가 가까워졌다. "당신은 뭘 기억하고 있는가?" 린의 숨이 멈췄다. "할머니가 말했어?" "내가 말했다." 나이아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더 심하게 이제. "세상이 곧 바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당신만이 할 수 있으니까." "왜 저만요?" "왜냐하면 당신은 이미 한 번 봤으니까." 나이아의 목소리가 속삭음 같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순간을." 린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창밖에서 하늘이 변하고 있었다. 아침의 황금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가거라." 나이아가 말했다. "그리고 기억해라. 너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도 보고 있다. 모란도, 나도, 할머니도." "모란이?" "프로페서 모란. 당신의 배지를 본 그 사람." 나이아가 돌아섰다. "그것이 바로 진짜 시작이다." 린이 교실을 나올 때, 나이아의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로는 가늘고 긴 그림자가 뻗어있었다.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그림자. 기숙사 방은 좁았다. 창문 하나, 침대 하나, 책상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린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흰 천장. 아무것도 없는 천장. 그런데 자꾸 눈이 감겼다. 나이아의 떨리는 손가락이 자꾸 떠올랐다. '기억해라. 너는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라니. 웃음이 나올 뻔했다. 린은 일어나 앉았다. 손을 펼쳤다. 손가락 위에서 공기가 흔들렸다.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0.3%의, 눈에 띄지 않는 그 공기가. '다른 눈.' 나이아가 한 말이었다. 린은 자신의 손을 봤다.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각도에서. 마치 보석을 돌려보듯이. 그 순간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뭔가가 떨어져 나왔다. 아니,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나타난' 것에 가까웠다. 투명한 박막 같은 것. 마치 눈을 떴을 때 눈꺼풀이 거두어지듯이. 투명한 창이 손 위에 떠올랐다. 린은 숨을 삼켰다. 【린 카이】 【마력: 0.3% (활성화 불가)】 【관찰력: S등급】 【인지능력: A+등급】 【적응도: ??】 글자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공중에. 손 위에. 마치 누군가 투명한 종이에 펜으로 써놓은 것처럼. 그런데 종이도 없었다. "뭐야..." 말이 터져 나왔다. 입술을 깨물었어야 했다. 린은 손을 움직였다. 창이 손을 따라갔다. 손을 돌렸다. 창이 회전했다. 손을 내렸다. 창이 내려갔다. 마치 자신의 몸의 일부인 것처럼. "시스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웹소설에서나 봤던 단어였다. 학교 도서관의 금지된 책들에서 몰래 읽었던 그런 단어들. 창이 깜빡였다. 【시스템 활성화됨】 【환영합니다, 린 카이】 그 다음 글자가 나타났을 때, 린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회귀자'입니다】 회귀자. 그 단어를 읽는 순간, 뭔가 머릿속에서 부스러져 내렸다. 마치 오래된 벽이 무너지듯이. 또는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듯이. 나이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떨리는 손가락. 그의 두 개의 그림자. '당신은 이미 한 번 봤으니까.' 아. 아, 그. 린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창은 여전히 떠 있었다. 【당신의 기억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전 순환에서의 정보 접근을 위해서는 특정 조건 충족이 필요합니다】 【현재 활성화된 능력: 관찰】 【현재 활성화된 능력: 회귀 기억 단편 (불규칙)】 【현재 봉인된 능력: 전체 기억 열람】 린은 숨을 내쉬었다. 길고 깊게. 마치 오래 잠수했던 사람이 수면으로 올라오듯이. 기억이라고? 이전 순환? "이게... 뭐지?" 손을 움직였다. 창이 손을 따라갔다. 손을 치켜올렸다. 창이 천장으로 올라갔다. 손을 내렸다. 창이 바닥에 닿았다. 그것은 정말로, 자신의 손 같았다. 린은 창 밖을 봤다. 밖은 어두웠다. 나이아가 말했던 그대로. 누군가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책상에 앉았다. 배지를 꺼냈다. 1% 마력을 주입하라던 그 배지.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창이 배지로 이동했다. 【미확인 마력원】 【분석 중...】 【배지 내부에 복합 마법진 감지됨】 【구성: 추적 마법 (활성), 제약 마법 (활성), 기억 봉인 마법 (대기)】 린의 손이 멈췄다. 기억 봉인 마법. "누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창을 닫으려고 손을 휘저었다. 창이 깜빡거렸다. 그다음 서서히 투명해졌다. 마치 폐막 무렵의 무대 조명처럼. 【필요하실 때 언제든 호출하세요】 그 글자가 사라지면서, 조용함이 돌아왔다. 린은 배지를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배지였다. 구름 모양. 하늘 색. 그런데 이제 알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누군가가 자신을 묶어두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것을. 창밖의 하늘이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손으로 계속 햇빛을 가리고 있듯이. 한 손이 아닌 여러 손으로. 린은 배지를 들었다. 마력을 주입하려고 했던 그 배지를. 그리고 생각했다. '기억해라. 너는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게, 정말로 좋은 일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손가락이 배지 위에 닿았을 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