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후가 되기 싫어서 도망친 공작 영애# 아침 그림자
서리가 내린 창틀에서 손가락으로 글씨를 긋는다. 글씨가 희뿌옇게 사라진다.
카렌은 손을 내렸다. 하얀 숨이 코앞에서 피어올랐다 흩어졌다. 다시 피어올랐다. 방 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벽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은 지 벌써 두 시간. 불씨는 여전히 심술궂게 약했다. 이 마을의 목재는 제대로 말린 게 없었다. 모든 게 그랬다. 습기 찬 공기, 낡은 목재, 누더기처럼 터진 벽지.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동작이 정확했다. 한 치의 낭비도 없이. 왼발을 먼저 땅에 닿히고, 척추를 일직선으로 펴고, 오른팔로 몸을 지탱하며. 이렇게 일어나면 어지럼증이 없었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궁정의 의사는 그녀의 골격을 말했다.
"공작가의 기질입니다. 모든 게 정밀합니다."
아버지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 웃음 속에서 카렌은 감지했다. 자부심과, 무언가 어두운 것. 그 무언가를 향한 두려움.
오늘도 어제와 같은 옷을 입었다. 회색 리넨 치마, 색바랜 검은 띠, 소매가 세 곳에서 기워진 갈색 블라우스. 옷을 입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길었다. 피부가 너무 희었다. 노동하는 여자의 손이 아니었다.
거울 앞에 섰다. 주의 깊게.
얼굴은 좋았다. 이건 저주였다. 이 마을 같은 곳에서 얼굴이 좋으면 살기 어려워진다. 세 달 전에도 그랬다. 시장에서 계란을 사려 할 때, 늙은 여자가 자꾸만 카렌의 눈을 들었다가 피했다. 그 눈빛이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었다.
카렌은 머리를 다시 묶었다. 더 팽팽하게. 앞머리를 내려서 눈을 반쯤 가렸다. 그리고 왼쪽 뺨에 있던 점을 재빨리 가루로 덮었다. 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았으니까.
창밖으로 내다봤다.
마을이 일어나고 있었다. 저 아래 파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웃 집 굴뚝에서. 그 다음 저 집, 또 그 집. 연기들이 하늘로 흩어졌다. 햇빛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마을 위에서, 연기들만 노래하듯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연기의 주인들은 이제 밀가루를 치대고 있을 것이다. 또는 국물을 끓이고 있을 것이다. 또는 자식의 옷깃을 고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해 보였다.
카렌은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목재가 신음을 냈다. 이 집은 모든 움직임을 울음소리로 외쳤다. 마치 자신의 비밀을 모두에게 고발하려는 듯이.
1층의 부엌은 더 추웠다. 땅에 가까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이 집이 원래 그런 걸까. 카렌은 이미 세 번이나 이 집을 떠났다 돌아왔다. 그때마다 집은 같은 온도로 그녀를 맞았다.
물을 끓였다. 끓는 냄비를 바라봤다. 물이 거품을 만들고 사라지고 만들고 사라졌다.
거울 같은 수면 위에서 자신을 볼 수는 없을까.
거울 같은 거울에서도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럼 물은?
물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오직 열기와 수증기만 있었다.
카렌은 냄비를 내렸다.
식탁에 앉았다. 이 식탁은 전 주인의 것이었다. 전 주인도 이 마을 사람이었다. 어떤 병으로 죽었다. 카렌은 들었지만 무시했다. 모든 사람들이 죽는 이유는 결국 같으니까.
빵을 먹었다. 어제 구운 것. 이미 딱딱했다. 따뜻한 물에 적셨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카렌은 손가락을 멈췄다. 입 안의 빵도 멈췄다. 눈은 움직이지 않았다.
"카렌이가 집에 있나?"
목소리는 낮고, 갈라지고, 서둘렀다. 마을의 집주인 영감이었다.
"잠깐만요."
카렌이 답했다. 그 음성도 또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약간 높고, 약간 무뚝뚝하고, 약간 지친. 평민 여자의 음성.
문을 열었다.
영감은 눈을 떴다가 감았다. 카렌을 봤다가 외면했다. 이건 습관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했다.
"음, 우물이 얼었어. 나머지 집들도 다 그렇고. 마을 사람들이 너를 불러달라고 했어."
"저요?"
"넌 손이 빨라. 어디서 배웠냐는 건 묻지 말겠지만, 우물을 다루는 게 빠르다고들 하더라고. 임금은 줄 테니까."
카렌은 고개를 숙였다. 정확한 각도로. 거절하는 목소리가 아닌, 승낙하는 각도로.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마을 사람들이 많이 불편하다고 하더라고."
영감이 가버렸다. 발자국 소리가 마을로 사라졌다.
카렌은 문을 닫았다. 다시 식탁으로 갔다. 빵을 집었다. 씹었다. 삼켰다. 모든 동작이 기계적이었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금색의 가느다란 줄이 되어.
그것도 곧 사라질 것이었다. 저 마을의 모든 것처럼.
카렌은 일어섰다. 코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우물을 고치는 도구를 들었다. 도구를 드는 방식도 정확했다. 무게 중심이 몸 중앙에 오도록.
문을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한 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마을로 향했다. 발걸음은 빨랐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 걸음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었다. 모든 속도에는 의도가 있고, 의도는 항상 드러난다.
아침 햇빛이 마을의 지붕들을 훑어내렸다. 연기는 이제 희뿌옇게만 남아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도 아무도 보지 않았다.
이것이 이 마을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보이지도 보여도 안 되는 방식으로, 영원히.
꿈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카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깊은 수면 속에서도 자신의 의식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마치 미로 속의 실 한 줄을 놓지 않는 손가락처럼.
그런데 이 목소리는 달랐다.
"——라이엘 공작 영애, 귀족 정치의 암투 속에서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평민 마을에 숨어든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기를 원했지만, 결국 모두에게 드러난다."
누가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는 목소리. 낮고 차분하고, 그러나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느낌이 있는 목소리였다.
카렌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을 떴는데도 여전히 어둠이었다. 그것이 이상했다. 그것이 첫 번째 경고였다.
"세 번을 떠났다가 돌아온 그녀. 하지만 네 번째는 없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칙칙—
카렌의 몸이 일어났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리오네트의 팔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그녀를 몰아낸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얼굴 위로.
카렌은 손을 들었다.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손가락이 길었다. 너무 길었다. 손톱이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손이 아니었다.
"그녀는 도망친다. 숲 속으로. 어둠 속으로. 그리고 거기서——"
"아니다."
카렌이 말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더 깊었다. 더 우아했다. 가슴 깊숙이에서 울려 나오는, 숨겨왔던 목소리였다.
"계속 읽어라."
"——찾아낸다."
어둠이 걷혔다. 한 순간에.
카렌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침대가 아니었다. 네 기둥이 검은 목재로 된 침대였다. 천장은 높았고,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촛불들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빛이 황금색이었다.
창밖으로는 궁전의 정원이 보였다.
카렌은 손을 들었다. 이번엔 자신의 손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길었다. 손톱은 진주빛이었다. 팔목에는 루비가 박힌 팔찌가 있었다.
"이건——"
"현실이다."
책을 들고 있는 인물이 나타났다. 카렌은 그것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남자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물속에서 보는 것처럼. 얼굴의 윤곽이 계속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명확했다. 회색이었다. 너무 회색이어서 그것이 색이 아니라 공허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너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지. 저 마을에서, 저 집에서."
남자가 책을 내렸다.
"하지만 저것이 꿈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카렌의 심장이 박동했다. 실제로 박동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의 맥박. 실제의 호흡. 실제의 피.
"불가능하다."
카렌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자신의 목소리로 들렸다. 귀족 여성의 목소리. 궁정에서 배운 억양. 반항의 어감이 있는, 그러나 우아한 목소리.
"내가 돌아간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내가 사라지겠다고 약속했을 때——"
"약속은 깨진다."
남자가 책을 펼쳤다. 종이의 냄새가 났다. 낡은 종이. 매우 낡은 종이.
"네가 선택한 것이 무엇이든, 그것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카렌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손에 눌려 있는 것처럼. 공기 자체가 무거워졌다.
"저 마을은?"
"네가 만든 이야기다."
"그 사람들은?"
"배경이다."
"내가——"
"너는 소설 속의 인물이다, 라이엘."
이름을 불렸을 때, 무언가가 깨졌다.
카렌이라는 이름이, 가짜라는 것을 카렌 자신이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기억이 앞뒤로 흔들렸다. 마을의 기억. 허름한 집. 거울을 피하는 습관. 모두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들이 더 생생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복도. 초상화. 아버지의 얼굴. 형제들의 웃음. 정치. 계략. 독. 칼. 피.
"세 번을 떠났다 왔다는 것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설정이었다."
남자가 다시 책을 펼쳤다.
"네 번째 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은 너를 발견한다. 진짜 너를. 그리고——"
"멈춰라."
카렌이 손을 들었다. 이번엔 손이 움직였다. 공기가 찢어졌다. 실제로. 소리가 났다. 찍—
책이 날아갔다. 남자의 손에서.
그 순간, 모든 것이 떨렸다.
"불가능하다."
남자가 중얼거렸다. 마치 자신의 대사를 잊은 배우처럼.
"넌 저항할 수 없어야 한다."
"내가?"
카렌이 일어났다. 이번엔 완전히. 침대에서 내려섰다. 발이 바닥에 닿았다. 차갑고 단단한 느낌. 현실의 감각.
"내가 무엇인지 안다면, 넌 날 막을 수 없다."
그녀의 눈동자가 변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색으로. 밤하늘의 색.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의 색.
"나는 라이엘이다."
침대가 부서졌다. 목재가 분말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나는 깨어났다."
궁전이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뭐——"
남자가 손을 들었다. 책을 소환하려는 듯. 하지만 책은 이미 없었다. 페이지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공중에서. 바람도 없는데.
카렌은 그를 보지 않았다. 창으로 갔다.
아래로는 마을이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동시에 궁전의 정원이었다. 겹쳐 있었다. 두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남자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소설은 끝나지 않았다. 넌 아직——"
"아직이 없다."
카렌이 말했다. 그리고 창을 통해 뛰어내렸다.
추락했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날았다.
눈을 떴다.
검은 천장. 나무. 촛불도 없고, 샹들리에도 없고, 궁전도 없다.
카렌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을의 침대. 자신의 침대.
심장이 격렬하게 박동했다. 꿈이었다. 단순한 꿈이었다.
그런데——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손톱 끝에는, 아직도 금색의 빛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