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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가 되기 싫어서 도망친 공작 영애

3

모래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루시앙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혀 위에 그것의 거친 질감이 남아 있었다. 모래는 따뜻했고,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고, 옷깃을 타고 피부에 닿았고, 마치 수천 마리의 작은 발이 그를 기어올라가는 것 같았다. "안 돼." 카렌의 목소리가 왔다. 그것은 이전의 것과 달랐다. 투명함과 단단함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마치 유리가 깨지기 직전의 음성처럼. 루시앙은 눈을 떴다.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아니, 그가 뒤집혀 있었다.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손을 땅에 짚으려 하자 그것도 모래에 빠져 들어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이로. "언제?" 그가 물었다. 목이 거칠었다. "언제부터?" "당신이 마을에 들어온 순간부터." 카렌이 서 있었다. 그녀의 발은 모래 위에 있었지만 빠지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모래의 규칙을 다르게 따르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금색 손톱은 더 밝아졌다. 이제 그것은 빛이 아니라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루시앙 카르도." 그녀가 이름을 말했을 때, 루시앙은 그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입술이 그 음절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왔는지 몰랐지만, 그의 몸은 알고 있었다. 골수 깊이에서. 반복되는 기억처럼. "너는... 알고 있었군." 루시앙이 일어서려 했다. 모래가 저항했다. 그의 다리를 감싸며, 아래로, 계속 아래로 끌어당기려 했다. "처음부터." 카렌이 말했다. "당신이 여관에 들어갔을 때. 당신이 금발을 찾아 다닐 때. 당신이 내 문을 두드렸을 때. 그리고 당신이 내 손을 잡으려 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는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확인만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듯이. "매번이야. 루시앙. 매번 당신이 온다. 매번 같은 옷을 입고. 매번 같은 말을 한다. 매번—" "이것이 무엇인가?" 루시앙이 외쳤다. "이게 뭐야! 마법인가? 저주인가?" "선택입니다." 카렌이 말했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대답이었다. 루시앙은 주변을 봤다. 숲은 이미 사라졌다. 마을도. 집도. 무덤들도. 모든 것이 모래 속에 잠겨 있었고, 그 모래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파도처럼. 아니, 숨을 쉬는 것처럼. 그리고 그 모래의 가장자리에는 형상들이 있었다. 루시앙은 처음에 그것들을 인식하지 못했다.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깊이 묻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자였다. 수십 명의 여자들이. 모두 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고, 손을 모래 속에 묻고, 입은 열려 있었다. "살아 있나?" "죽어 있지도 살아 있지도 않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기억 중입니다. 무덤과 같습니다." 루시앙의 호흡이 얕아졌다. 이것은 그가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반항적인 귀족 여성을 찾아왔다. 황제의 궁정에서 도망친 여자를. 그런데 이것은... "얼마나 오래?" "계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 무덤이 몇 개인지 세지 않았다는 것. 날짜가 몇 번 반복되었는지 모른다는 것. 루시앙은 모래에서 손을 빼내려 했다. 모래가 더 단단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에 닿았다. 뼈였다. "당신은 여기 머물 거예요." 카렌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제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연민인가? 아니면 피로인가? "당신은 당신 것의 무덤을 팔 거예요. 그리고 나는... 나는 또 다른 날을 시작할 거예요." "아니야." 루시앙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려 했지만, 실은 간청이었다. "아니야. 나는 황제의 밀사야. 나는 너를 데려가야—" "매번 그 말을 합니다." 그리고 모래가 그를 집어삼켰다. 루시앙은 비명을 질렀다. 모래가 목에 들어왔다. 눈에. 코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 카렌은 눈을 떴다. 햇빛이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 그녀의 손톱은 다시 평범했다. 금색이 사라졌다. 아직. 그녀는 일어나 앉았다. 침대는 흰색이었다. 천장도. 벽도. 마치 어제 가져갔던 모든 색이 밤 동안 빨려 나간 것처럼. 거울을 봤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그 색깔이었다. 금색이 아니라 더 밝은 무언가. 마치 그것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또 시작이다." 카렌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리듬으로 온다. "마담? 새로운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종업원의 목소리였다. 카렌은 알고 있었다. 누군지. "금발이군요. 그리고 검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황제의 문장이..." "보내세요." 카렌이 말했다. 창밖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왔다. 모래는 항상 저녁에 불어온다. 그리고 아침에 사라진다. 이 순환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언제 끝날 것인지, 그녀는 이미 세는 것을 멈췄다. 다만 하나만 알고 있었다. 변방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처음부터 안전했던 적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금색이 밝아질수록, 무덤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 문이 열렸다. "루시앙 카르도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루시앙이 인사를 마친 순간, 카렌의 눈이 변했다. 금색이 아니라 은색으로. 아주 잠깐,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그러나 충분했다. 루시앙은 여전히 같은 표정이었다. 검은 옷깃을 정렬하고, 같은 인사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프롬프트를 따르는 꼭두각시였다. 아니면 자신이 그런 것인가. 카렌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금색 손톱에 모래가 붙어있었다. 모래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비를 맞혀도, 물로 씻어도, 그것은 손톱 안에 영원히 박혀있다. "앉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항상 부드러웠다. 그것이 가장 위험했다. 루시앙이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같은 말. 같은 높이의 음성. 그녀는 이미 그의 다음 문장을 알고 있었다. 세 번째 음절까지.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당신은," 카렌이 창문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모래 바람이 유리를 핥고 지나갔다. "당신은 정말로 날 모르시나요?" 루시앙의 목소리가 경직되었다. "제가 말을 잘못 이해했나요? 마담?" 그것도 스크립트였다. 항상 같은 순서. 같은 발음. 카렌은 그동안 그것을 따라갔다.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변방이 안전하다고 믿었으니까. 왜냐하면 궁정은 죽음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러나 죽음도 반복될 수 있었다. 카렌은 창틀에 손을 얹었다. 금색이 유리에 닿으며 자국을 남겼다. 마치 산을 긋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조금씩 물질화되고 있는 것처럼. "궁정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침묵이 방을 채웠다. 루시앙도 멈췄다. 이 대사는 없었다. "마담?" "황제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더 깊은 침묵. 카렌은 창밖을 봤다. 모래는 아직 불고 있었다. 아침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이, 이 사이의 시간이 가장 위험했다. 규칙이 흔들리는 시간. 반복이 깨지기 시작하는 시간. "마담, 저는—" "저는 마법학원에 입학하겠습니다." 카렌이 말했다. 루시앙이 벌떡 일어났다. 손이 검은 옷깃에서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혼란이 떠올랐다. 스크립트에 없는 표정. 그것만으로도 카렌의 가슴이 철렁했다. "마담,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황제께서는—" "황제께서는 많은 것을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황제의 딸이 아닙니다." 카렌이 돌아섰다.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 끝이 정말로 투명했다. 마치 뼈 위에만 살이 남은 것처럼.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마치 그녀가 빛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저는 선택합니다." "선택이라는 것은—" "안다는 것입니다." 카렌이 루시앙을 바라봤다. 그의 금발이 모래 바람에 흔들렸다. 그의 검은 옷깃이 황제의 문장을 드러냈다. 그의 눈이, 그의 목소리가, 그의 존재 전체가 반복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모르고 있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할 수 없었다. "마법학원은 궁정의 영토가 아닙니다. 그곳은 중립지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황제가 죽어도, 순환이 있어도, 그곳은 계속됩니다." 카렌이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수십 권의 책이 있었다. 모두 다른 필체로 쓰여진 일지였다. 모두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데 모든 내용은 같았다. 같은 모래. 같은 문. 같은 반복.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을 꺼냈다. "저는 이 변방에서 백 번을 반복했습니다. 아니,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세는 것을 멈췄으니까요." 루시앙이 말했다. "마담은... 미쳤습니다." "그렇겠죠." 카렌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사막의 모래알 같은 웃음이었다. 건조하고, 어디에나 있고, 절대 사라지지 않는. "하지만 미치면 깨어납니다. 깨어나면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하면, 죽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루시앙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이 반투명했다. 마치 유리 같았다. "당신은 또 다시 올 것입니다. 내일 새벽. 같은 시간에. 같은 옷으로. 같은 말로. 하지만 저는 여기 없을 것입니다." "마담—" "저는 궁정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는 아닙니다. 마법학원을 거쳐서 돌아가겠습니다. 그들은 저를 모릅니다. 황제도 모릅니다. 이 순환도 모릅니다." 카렌이 창문을 열었다. 모래 바람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 같았다. 마치 자신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 같았다. "만약 당신이 정말 날 찾는다면, 마법학원에 오세요. 그곳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만날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루시앙이 움직였다. 하지만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마치 그가 이미 죽어있는 것처럼. "저는 황제의 사신입니다. 저는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계속 올 것입니다. 아무도 멈출 수 없을 때까지." 카렌이 가방을 들었다. 안에는 책들이 들어있었다. 모든 반복의 기록. 모든 선택하지 않은 밤들의 증거. 문이 닫혔다. 루시앙은 혼자 남겨졌다. 빈 방에서. 모래 바람 속에서. 그의 손은 여전히 황제의 문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지 못했다. 카렌이 이미 반투명했다는 것을. 그녀가 이미 한 발은 다른 차원에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마법학원에 들어간다면, 순환이 깨진다면, 모래 속에 묻힌 수십 명의 여자들이 깨어난다면. 황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모래 바람이 더 빨리 불기 시작했다.